영풍,
아연 제련과 반도체 기판을 한 지붕 아래 둔 회사
by ReadingStock's Analyst
- 영풍은 아연 제련과 반도체 기판, 성격이 다른 두 사업을 함께 묶은 회사인데 지금은 둘 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 2025년 매출은 2조 9,090억원인데 영업손실은 2,597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커졌어요.
-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률 -5.02%, 순이익률 -7.39%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요.
- 부채비율이 49.37%까지 오르고 유동비율이 96.09%로 100%를 밑도는 가운데, 석포제련소 환경 이슈와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 있어요.
- 오늘 종가 기준 PBR은 0.17배, PSR은 0.22배로, 지금 주가에는 두 사업이 다시 이익을 내는 구조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담겨 있는 셈이에요.
1. 영풍,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길에서 마주치는 자동차 외장재나 건설현장 철판이 잘 녹슬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연도금이에요. 그 도금에 쓰이는 아연괴를 만드는 회사가 영풍이에요. 원료인 아연 정광을 사와 제련해서 아연괴와 부산물인 황산을 만들어 파는 게 영풍의 뿌리 사업이죠.
그런데 영풍의 몸통은 아연 제련 하나가 아니에요.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테라닉스, 영풍전자 같은 계열사들이 스마트폰과 통신기기, 반도체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을 만들고, 시그네틱스라는 계열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곳에 반도체를 포장해서 넘기는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해요. 이 계열사들은 영풍이 실질적으로 거느리는 종속회사라, 이들의 매출과 이익이 전부 영풍의 연결 재무제표에 함께 잡혀요. 그래서 영풍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아연 제련뿐 아니라 반도체와 전자부품 사업까지 한꺼번에 담겨 있어요.
돈 버는 방식도 두 사업이 서로 달라요. 아연 제련은 원료를 사와 제련해 파는 가공 마진 장사라, 국제 아연 가격과 원료 수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이익이 크게 좌우돼요. 반면 인쇄회로기판과 반도체 패키징 계열사들은 대형 고객사의 발주 물량과 반도체 업황에 실적이 따라 움직이는 구조고요. 그러니까 영풍은 원자재 가격에 흔들리는 제련업과, 전방 산업 발주에 흔들리는 전자부품업이라는 서로 다른 두 파도를 동시에 타는 회사인 셈이에요.
한마디로 말하면 영풍은 아연 제련과 반도체 기판,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업을 한 지붕 아래 둔 회사예요. 이 두 사업이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게, 뒤에서 볼 실적 숫자에 고스란히 드러나요.
2. 실적, 그래서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
매출 · 영업이익
2025년 영풍의 매출은 2조 9,090억원으로 2024년(2조 7,874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597억원으로 2024년(영업손실 1,607억원)보다 오히려 커졌어요. 반면 순이익은 309억원으로 플러스를 냈는데, 2024년 순손실 3,278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나아진 숫자죠. 매출은 늘고 영업적자는 커졌는데 순이익만 흑자로 돌아섰다는 엇박자가 눈에 띄어요.
매출총이익률 · 영업이익률 · 순이익률
이 엇박자를 마진으로 뜯어보면 더 선명해져요. 2025년 매출총이익률은 -4.88%, 영업이익률은 -8.93%로 둘 다 마이너스인데, 순이익률은 1.06%로 플러스예요.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이 나란히 마이너스라는 건 아연이든 전자부품이든 팔아도 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못 건진다는 뜻이고, 그런데도 순이익이 흑자라는 건 영업 밖에서 들어온 돈이 적자를 메워줬다는 뜻이에요. 본업인 제련과 전자부품 장사 자체는 여전히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이렇게 마진이 마이너스로 눌린 이유는 두 갈래예요. 하나는 아연 제련의 원가 구조예요. 정광을 사와서 제련하는 가공 마진 사업이라, 아연 가격과 원료 수급이 나빠지면 매출총이익률부터 바로 깎여요. 다른 하나는 계열사인 반도체 패키징, 인쇄회로기판 사업의 부진이에요. 반도체 업황이 주춤하면 이 계열사들의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그룹 전체 영업이익률을 함께 끌어내려요. 여기에 뒤에서 다룰 석포제련소의 환경 관련 이슈까지 겹치면, 조업이 흔들리거나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요인이 하나 더 얹히는 셈이고요.
최근 흐름을 보면 상황은 더 나빠졌어요.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를 합산한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5.02%, 순이익률은 -7.39%예요. 2025년 결산에서 반짝 흑자를 냈던 순이익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거예요. 앞서 말한 영업외손익발 흑자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ROE (자기자본이익률)
ROE도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요. 2025년 결산 기준 ROE는 0.77%로 간신히 플러스였는데,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으로는 -5.74%로 다시 마이너스권에 들어갔어요.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라, 분자인 순이익이 흔들리면 ROE도 함께 흔들려요. 다만 부채비율이 49.37%로 아직 자기자본이 두꺼운 편이라, 이익이 나빠져도 ROE가 극단적으로 무너지지는 않는 구조예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익이 회복돼도 ROE가 확 튀어 오르기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결국 영풍의 ROE는 자본 규모보다는 제련과 전자부품, 두 사업의 이익 회복 여부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되는 구조예요.
3. 현금흐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요?
영업현금흐름 · FCF
2025년 영풍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471억원이에요. 2024년에는 영업현금흐름이 -28억원으로 마이너스였던 걸 감안하면 플러스로 돌아선 셈인데, 2023년(3,131억원)이나 2022년(3,263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줄어든 수준이에요.
순이익(309억원)과 영업현금흐름(471억원)이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매출 대비로 보면 영업현금흐름은 매출의 1.62%밖에 안 돼요. 과거 이 비율이 평균 5%대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현금 창출력 자체가 눌려 있는 상태예요. 감가상각비처럼 실제 돈이 안 나가는 비용은 원래 순이익보다 영업현금흐름을 부풀리는 효과를 내는데, 그 효과가 지금은 크지 않다는 뜻이죠.
더 걱정스러운 건 자유현금흐름 쪽이에요. FCF수익률은 2025년 -12.66%,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으로도 -10.41%로 계속 마이너스예요. 영업으로 버는 현금은 있는데 설비투자로 나가는 돈이 그보다 많아서, 실제 손에 남는 현금은 마이너스라는 뜻이에요. 아연 제련 설비든 전자부품 생산라인이든 계속 돈을 넣어야 하는 사업 특성상 투자를 멈추기는 어려운데, 지금은 그 투자를 영업에서 번 돈만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영풍이 기댈 수 있는 건 그동안 쌓아둔 재무 여력인데, 뒤에서 볼 것처럼 유동비율이나 부채비율 모두 예전보다 나빠진 상태라 여유가 넉넉하지만은 않아요. 현금이 두둑하게 남아돌기보다는 벌어들이는 돈과 나가는 돈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지금 상태가, 다음에 이야기할 자본배분을 영풍이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그대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4. 배당과 투자, 번 돈을 어디에 쓰나요?
영풍의 배당수익률은 2025년 기준 0.01%예요. 지난 십여 년 평균이 1.25%, 가장 높았던 해가 1.92%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배당이 없는 수준까지 내려온 셈이죠.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으로도 0.01%로 그대로고요.
이 정도로 배당이 쪼그라든 배경은 앞에서 본 실적과 그대로 맞물려요. 영업이익률이 -8.93%까지 밀린 해에 배당 재원인 이익 자체가 빠듯했을 테고, 여기에 자유현금흐름까지 마이너스(FCF수익률 -12.66%)인 상황에서는 배당을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배당을 유지하려면 이익이나 현금이 아니라 곳간에 쌓아둔 자본을 헐어야 하는데, 부채비율이 49.37%까지 올라온 지금은 그 여력도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고요.
그러니까 영풍의 자본배분은 지금 이 순간만 놓고 보면 주주환원보다는 버티기에 가까워요. 제련 설비와 전자부품 생산라인에 계속 돈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 구조인데, 정작 그 투자를 영업에서 번 돈만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니,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현금을 지키는 쪽을 택한 셈이에요. 이익과 현금흐름이 다시 살아나야 배당도 예전 수준을 회복할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여요.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영풍이 사업보고서에서 직접 밝히는 미래 축은 반도체 패키징 쪽이에요.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가 담당하는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그러니까 반도체를 기판에 얹는 고부가 부품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못박고,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요. 기존 제품에서 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라인업을 넓혀 나가겠다는 방향인데, 최근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이런 고부가 패키지 기판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흐름이에요.
다만 이 흐름이 아직 영풍의 실적에 뚜렷하게 찍히지는 않았어요. 앞서 본 것처럼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여전히 -5.02%로 적자이고, 반도체 패키징을 담당하는 계열사 실적도 최근 몇 년 크게 위축된 상태라 반등이 확인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여요. 아연 제련 쪽은 별도의 대규모 신사업보다는, 뒤에서 다룰 환경 관련 이슈를 어떻게 정리하며 기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느냐가 당장의 과제에 가까워요.
다음에 확인하면 좋을 것 3가지를 꼽아보면 이래요.
- 코리아써키트를 비롯한 전자부품 계열사들의 매출과 마진이 실제로 반등하기 시작하는지.
- 그룹 전체 영업이익률이 -5.02%(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 구간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돌아서는지.
- 석포제련소 관련 환경 이슈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며 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지.
6. 조심해서 봐야 할 점은요?
가장 먼저 볼 건 실적의 변동성이에요. 최근 여러 해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좋았던 해가 4.28%, 나빴던 해가 -5.77%로 그 격차가 10%포인트 넘게 벌어지는데, 2025년엔 이 범위를 더 벗어나 -8.93%까지 내려왔어요. 아연 가격이라는 원자재 시세와 반도체 업황이라는 전방산업 발주, 두 변수에 동시에 노출된 사업 구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두 번째는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방향이라는 점이에요. 부채비율이 49.37%로 과거 평균(35.08%)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고,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네 분기 기준으로는 58.95%까지 더 올랐어요. 유동비율도 96.09%로 100%를 밑돌아서,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많은 상태예요. 지금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방향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해요.
세 번째는 재무제표에 숫자로 잘 안 잡히는 리스크예요. 영풍의 핵심 생산기지인 석포제련소는 최근 몇 년 사이 폐수 배출이나 환경 허가조건 미이행 같은 문제로 여러 차례 행정 제재를 받았고, 환경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둘러싼 회계처리를 두고도 당국과 다툼이 이어지고 있어요. 조업정지나 추가 제재가 나오면 그 자체로 생산과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예요.
네 번째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다툼이에요. 영풍은 계열사였던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지위를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나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는 아직 열려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영풍의 지배구조나 계열사 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요.
7. 영풍 주가, 지금 비싼 걸까요?
2026년 8월 7일 종가(37,750원) 기준으로 영풍의 PBR은 0.17배, PSR은 0.22배예요. 순이익이 최근 적자 구간에 있다 보니 PER은 -2.95배로 계산상 의미를 갖기 어려워요. 이익이 아니라 얼마나 파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PSR이나, 회사가 가진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는 PBR로 보는 게 더 나아요.
PBR 0.17배는 지금 주가가 영풍의 장부상 순자산가치의 17%밖에 안 된다는 뜻이에요. 장부가치보다 훨씬 낮게 거래된다는 건, 시장이 지금의 적자 구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거나, 장부에 잡힌 자산가치를 그대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특히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관련 회계 이슈처럼 자산과 부채 평가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는 회사라면, 이런 낮은 배수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어요.
PSR 0.22배는 매출 1만원어치를 파는 회사에 시장이 2,200원 정도의 몸값만 매기고 있다는 뜻이에요. 매출 자체는 2조 9,090억원으로 작지 않은데도 몸값이 낮다는 건, 지금 팔고 있는 매출이 이익으로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 담긴 셈이에요. 결국 지금 영풍의 몸값에는 제련과 전자부품, 두 사업이 언제 다시 이익을 내는 구조로 돌아오느냐에 대한 회의가 짙게 깔려 있고, 그 답은 5번에서 짚은 확인 거리들을 지켜보면 가늠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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