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전선 회사에서 초고압 해저케이블 회사로 몸을 바꾸는 중
by ReadingStock's Analyst
- 대한전선은 산업용 전선을 팔아 몸집을 키운 회사에서, 초고압 해저케이블로 이익의 결을 바꾸는 회사로 넘어가는 중이에요.
- 2025년 매출은 3조6360억원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고 순이익도 899억원까지 커졌지만, 정작 그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713억원으로 크게 빠져나갔어요.
- 재고자산이 1년 새 43.53퍼센트나 불어난 영향이 큰데,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같은 대규모 투자와 맞물리며 부채비율도 2024년 76.64퍼센트에서 2025년 114.0퍼센트로 다시 올라왔어요.
- 미국이 전선·구리 관련 품목에 50퍼센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경쟁사 LS전선은 이미 미국 현지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고 있는 반면 대한전선은 아직 북미 생산시설 계획을 내놓지 못했어요.
- 오늘 종가 기준 PER은 98.99배로, 지금 실적보다는 해저케이블과 북미 진출이 앞으로 만들어낼 이익에 대한 기대가 두텁게 얹힌 값으로 보여요.
1. 대한전선,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전봇대에 걸린 전선이나 아파트 벽 속에 묻힌 배선, 알고 보면 이런 것들도 전선회사가 만들어요. 대한전선은 그런 산업용 전선부터 통신선, 케이블 소재까지 만드는 종합 전선회사예요. 영문 브랜드명은 타이한(TAIHAN)이고요. 매출로 보면 지금도 나선이나 권선 같은 산업용 전선과 소재 쪽이 절반을 훌쩍 넘어요. 하지만 요즘 이 회사를 설명할 때 가장 힘이 실리는 건 그 익숙한 전선이 아니라, 바다 밑에 깔아야 하는 초고압 해저케이블이에요.
왜 갑자기 해저케이블이냐면, 세상이 전기를 실어 나를 길을 새로 뚫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해상풍력에서 만든 전기를 육지로 끌어와야 하고, 미국 같은 나라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낡은 송전망을 통째로 갈아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이 정도 전압을 견디는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몇 곳 없어요. 대한전선은 그 소수 클럽에 속하는 회사고요.
대한전선이 특별한 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는 점이에요. 2025년에 해저케이블을 직접 바다에 깔아주는 시공 전문 회사 오션씨엔아이의 지분을 통째로 사들였어요. 케이블만 만들어 파는 회사와, 만들고 나서 시공까지 책임지는 회사는 수주를 따내는 힘 자체가 달라요. 만드는 곳과 까는 곳이 같으니 발주처 입장에서는 한 곳에 맡기고 끝낼 수 있거든요. 2021년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한 뒤로 대한전선의 결이 눈에 띄게 바뀌었는데, 지금은 산업용 전선을 팔아 매출을 키우던 회사에서 전력망 인프라를 통째로 지어주는 회사로 옮겨가는 중이라고 보면 돼요.
2. 실적, 그래서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
매출 · 영업이익
2025년 매출은 3조6360억원으로, 5년 전인 2020년 1조596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늘었어요. 같은 기간 순이익은 27억원 흑자에서 899억원 흑자로 커졌고요. 최근 4개 분기, 그러니까 2026년 1분기까지의 흐름을 보면 영업이익률이 4.19퍼센트로 2025년 연간(3.54퍼센트)보다 한 단계 더 올라와 있어서, 성장세가 최근 들어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매출총이익률 · 영업이익률 · 순이익률
다만 마진 자체는 아직 두툼하다고 하긴 어려워요. 2025년 매출총이익률은 7.79퍼센트, 영업이익률은 3.54퍼센트, 순이익률은 2.47퍼센트예요. 만원어치 팔면 354원이 영업이익으로, 247원이 순이익으로 남는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마진이 얇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 지금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선과 소재 사업은 원재료인 구리 시세를 판매가에 그대로 얹어서 파는 구조라, 매출은 커 보여도 실제로 회사 몫으로 남는 부분은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구리 값이 오르면 매출도 같이 부풀지만 이문까지 그만큼 느는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래도 흐름은 계속 나아지고 있어요. 매출총이익률이 5.65퍼센트까지 떨어졌던 해를 지나 최근엔 8.57퍼센트까지 올라왔고, 순이익률도 지난 11년 평균이 마이너스 0.22퍼센트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 수준은 확실히 다른 국면이에요. 매출 자체가 커지면서 고정비가 더 큰 매출 위에서 나눠지는 효과,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마진인 일반 전선 대비 마진이 두꺼운 초고압·해저케이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는 사업 믹스 변화, 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는 거예요.
ROE (자기자본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2025년 5.51퍼센트, 최근 분기 기준으로는 3.32퍼센트예요. 지난 11년 평균이 마이너스 2.17퍼센트였다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숫자예요. 2015년엔 적자가 워낙 커서 ROE가 마이너스 19.29퍼센트까지 떨어졌던 회사거든요. ROE는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라 이익이 흔들리면 ROE도 같이 흔들리는데, 대한전선처럼 적자와 흑자를 오갔던 회사는 그 흔들림이 유독 크게 나타나요. 지금은 이익이 꾸준히 쌓이면서 자기자본도 함께 두꺼워지는 국면이라, 앞으로 이익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ROE가 예전만큼 극적으로 출렁이진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3. 현금흐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요?
장부상 이익과 통장에 들어오는 현금은 다른 이야기예요. 대한전선을 보면 이 말이 특히 와닿아요. 2025년 순이익은 899억원으로 늘었는데, 같은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713억원이에요. 이익은 늘었는데 오히려 현금은 그만큼 빠져나갔다는 뜻이에요.
영업현금흐름 · FCF
영업현금흐름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현금흐름마진은 2025년 마이너스 4.71퍼센트, 최근 분기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11.05퍼센트까지 더 벌어졌어요. 지난 11년 평균이 마이너스 0.11퍼센트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이 유독 심한 구간이에요. 왜 이런 일이 생기냐면, 수주가 늘고 대형 프로젝트가 쌓이는 국면에서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와 재공품을 먼저 사서 쌓아둬야 하고, 납품한 뒤에도 대금을 바로 받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받거든요. 실제로 최근 재고자산이 1년 전보다 43.53퍼센트, 매출채권도 10.34퍼센트 늘었어요. 사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만큼 벌어들인 이익이 아직 현금으로 손에 쥐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지금 대한전선은 이 현금 부족분을 빚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에요. 해저케이블 2공장 같은 대규모 설비투자까지 동시에 벌이고 있으니 더더욱 그래요. 앞으로 지켜볼 건 지금 쌓이고 있는 재고와 매출채권이 실제 매출로, 그리고 다시 현금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되느냐예요. 그 속도가 붙어야 지금의 성장이 장부 위의 숫자에서 손에 쥐는 현금으로 완전히 넘어올 수 있어요.
4. 배당과 투자, 번 돈을 어디에 쓰나요?
대한전선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넘게 배당을 하지 않고 있어요. 순이익이 몇백억원씩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배당 대신 돈이 흘러가는 곳은 명확해요. 지금 한창 짓고 있는 해저케이블 2공장, 그리고 2025년에 사들인 시공 자회사 오션씨엔아이 같은 재투자예요.
앞서 본 것처럼 영업현금흐름 자체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이런 투자를 계속하다 보니, 부채비율이 2024년 76.64퍼센트에서 2025년 114.0퍼센트로 다시 올라왔어요. 2020년과 2021년엔 부채비율이 233.52퍼센트, 266.43퍼센트까지 올라가 있던 회사라, 지금 수준이 그때보다는 훨씬 낮지만 다시 오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해요. 그래도 유동비율은 143.89퍼센트로 지난 11년 평균(147.21퍼센트)과 비슷한 수준을 지키고 있어서, 당장 갚아야 할 빚에 쫓기는 상황은 아니에요.
정리하면 대한전선은 지금 벌어들이는 돈과 빌려온 돈을 모두 재투자에 쏟아붓는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예요. 배당을 아예 안 주는 게 아쉬울 수 있지만, 지금 짓고 있는 공장과 사들인 시공 능력이 나중에 얼마나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지가 대한전선의 진짜 성적표가 될 거예요. 다만 2025년에 배당 기준일 관련 정관을 정비해뒀다는 점은, 언젠가 투자가 일단락되면 주주환원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형식적 준비는 갖춰뒀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 대한전선이 그리는 그림의 중심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당진에 짓고 있는 해저케이블 2공장이에요. 2025년 9월 착공해 2027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는데, 640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과 400킬로볼트급 초고압교류송전 케이블을 만들 수 있고, 완공되면 지금 가동 중인 해저1공장보다 5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요.
다른 하나는 북미 시장이에요. 2026년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전력망 전시회에 참가해 초고압직류송전과 해저케이블 기술력을 앞세웠고, 미국에서 320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북미 시장에 발을 들였어요.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가 늘어난 게 최근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꼽히기도 했고요.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해저 송전 인프라 수요도 함께 늘어날 걸로 업계는 보고 있어요. 실제로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2026년 1분기 말 3조827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호반그룹 편입 직후인 2021년 말보다 3.5배 넘게 늘어난 규모예요.
다음에 확인하면 좋을 것 3가지를 꼽아보면 이래요.
- 해저케이블 2공장이 2027년 목표대로 완공되고 실제 생산능력으로 이어지는지.
- 경쟁사 LS전선처럼 북미 현지 생산시설 계획을 대한전선도 내놓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국내 생산과 수출 위주로 갈지.
- 지금 쌓이고 있는 수주잔고와 재고, 매출채권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되는지.
6. 조심해서 봐야 할 점은요?
가장 먼저 볼 건 관세예요. 미국은 동관, 동선, 동판, 전선·케이블 등 80개 품목에 50퍼센트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어요. 대한전선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구리를 원재료로 쓰는 제품에서 얻는 회사라, 이 관세가 미국향 매출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더구나 경쟁사 LS전선은 이미 미국 버지니아주에 1조원을 투자해 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한전선은 아직 북미에 자체 생산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못한 상태예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에서 이 격차는 지켜볼 대목이에요.
두 번째는 앞서 본 현금흐름이에요. 이익은 늘고 있는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오히려 크게 빠져나가고 있고, 그 자리를 빚으로 메우면서 부채비율이 다시 오르고 있어요. 지금은 수주가 늘어나는 성장통으로 볼 수 있지만, 이 흐름이 길어지면 재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구리 가격이에요. 전선업계는 구리 시세와 판매가를 연동하는 계약을 주로 쓰기 때문에, 구리 값이 오르면 매출과 마진이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실제 매출이 장부상 기대보다 못할 수 있어요.
네 번째는 실적 자체가 아직 안정된 궤도에 완전히 올라섰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점이에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내내 적자였던 회사가 2020년에야 흑자로 돌아섰고, 순이익률도 지금 2.47퍼센트로 여전히 얇은 편이에요. 초고압직류송전이나 해저케이블처럼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몇 곳 없어 지금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이 구도가 계속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에요.
7. 대한전선 주가, 지금 비싼 걸까요?
PER 추이 (최근 3년)
주가수익비율, PER은 지금 주가가 1년 순이익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숫자예요. 지금 가격에 회사를 통째로 산다고 가정할 때, 지금 버는 속도로 원금을 뽑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낸다고 보면 돼요. 오늘 종가 기준으로 대한전선의 PER은 98.99배예요. 2025년 결산 기준 PER(49.94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에요.
대한전선은 실적이 사이클을 타는 회사라 PER을 볼 때 착시를 조심해야 해요. 2020년엔 순이익이 27억원까지 쪼그라들면서 PER이 864.33배까지 치솟은 적도 있고, 2018년엔 아예 적자를 내면서 PER 자체가 마이너스였던 해도 있어요. 이익이 줄면 PER이 오히려 높아 보이고, 이익이 늘면 낮아 보이는 착시가 대한전선에서는 유독 크게 나타났다는 뜻이에요. 다만 지금은 순이익 자체가 2020년 27억원에서 2025년 899억원까지 꾸준히 커지는 국면이라, 예전처럼 이익이 거의 없어서 PER이 왜곡되는 상황과는 결이 달라요.
순자산 대비 주가를 보여주는 PBR은 오늘 기준 3.29배로, 2025년 결산 기준(2.75배)보다는 높지만 지난 11년 평균(5.64배)보다는 오히려 낮아요. 2015년엔 PBR이 10.95배까지 갔던 회사라, 지금 배수가 역사적으로 특별히 비싼 자리는 아니라는 뜻이에요. 결국 지금 PER 98.99배에 담긴 건 지금까지의 실적만으로 설명되는 값이라기보다, 해저케이블 2공장과 북미 시장 진출이 앞으로 만들어낼 이익에 대한 기대가 두텁게 얹힌 값으로 보는 게 맞아요. 이게 얼마나 현실이 될지는 앞서 5번에서 짚은 확인거리들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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