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독감백신보다 혈액제제로 승부하는 제약회사
by ReadingStock's Analyst
- 녹십자는 독감백신보다 혈액제제, 특히 미국에서 팔리는 알리글로가 진짜 성장 엔진인 제약회사예요.
- 2025년 매출은 1조 9,913억원으로 전년보다 18.5% 늘었고 영업이익도 691억원으로 두 배 넘게 커졌어요.
- 다만 순이익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는데, 지분법손실 같은 영업외 요인이 주된 이유예요.
- 오창 통합생산시설 투자가 이어지면서 부채비율이 113%까지 오르고 유동비율도 낮아져 재무 부담을 지켜봐야 해요.
- 오늘 종가 기준 PSR은 0.75배로, 순이익 적자 속에서도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담긴 값이에요.
1. 녹십자,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녹십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독감백신일 거예요. 매년 가을이면 뉴스에 나오는 그 백신이니까요. 그런데 사업보고서를 열어보면 의외의 그림이 나와요. 녹십자 매출에서 백신이 차지하는 몫은 20%가 채 안 되고, 정작 가장 큰 몫은 혈액제제예요. 사람의 혈액에서 뽑아낸 알부민이나 아이비글로불린 같은 단백질로 만드는 약인데, 연결 기준 매출의 41%가 여기서 나와요. 그러니까 녹십자는 백신회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통은 혈액제제 회사에 더 가까운 셈이에요.
이 혈액제제 사업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제품이 알리글로예요. 국내 기업이 만든 혈액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간 면역글로불린 제품인데, 2023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고 2024년 8월 본격 출시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면역글로불린 시장인 미국에서, 그것도 CSL베링이나 그리폴스 같은 몇몇 글로벌 회사가 오래 꽉 잡고 있던 그 시장에 국내 기업이 발을 붙였다는 게 의미가 커요. 여기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도 10개 넘는 나라에서 팔리며 희귀질환 치료제 쪽 존재감을 더하고 있고요.
돈 버는 구조가 특별한 이유는 원료 조달 방식에 있어요. 혈액제제는 원료인 혈장을 사람에게서 직접 채혈해 확보한 다음 정제하는 사업이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혈장을 확보하느냐가 곧 원가와 공급 능력을 좌우해요. 녹십자는 미국 텍사스 라레도에 자체 혈장센터를 세워 FDA 허가를 받았고, 이글패스에도 센터를 하나 더 열 준비를 하고 있어요. 남의 혈장을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원료를 확보하는 쪽으로 사업 구조를 옮기고 있는 거예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녹십자는 익숙한 얼굴인 백신 뒤에서 혈액제제,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 진출로 승부를 보고 있는 제약회사예요.
2. 실적, 그래서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
매출 · 영업이익
2025년 녹십자의 매출은 1조 9,913억원으로 전년(1조 6,799억원)보다 18.5% 늘었어요. 매출이 2조원 문턱까지 온 셈이에요. 영업이익도 691억원으로 전년 321억원보다 두 배 넘게 커졌고요.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은 앞서 본 알리글로 효과예요. 미국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혈액제제 매출이 크게 늘었거든요.
매출총이익률 · 영업이익률 · 순이익률
숫자만 보면 잘 벌고 있는 것 같은데, 마진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져요. 매출총이익률이 2025년 27.83%인데, 2022년엔 34%였어요. 만원어치 팔면 그때는 3,400원이 남았는데 지금은 2,780원 남는 셈이니, 원가 부담이 꽤 늘어난 거예요. 왜일까요. 혈액제제 비중이 커지면서 원료인 혈장 가격과 알리글로 자체 생산원가가 원가율을 눌러왔다는 게 이유로 꼽혀요. 매출이 느는 것과 마진이 좋아지는 게 항상 같이 가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영업이익률은 2025년 3.47%로 2023년 2.12%, 2024년 1.91%보다는 확실히 반등했어요. 그런데 최근 11년 평균인 4.59%에는 아직 못 미치고, 2015년의 8.75%와 비교하면 꽤 눌린 수준이에요. 매출총이익이 깎인 몫을 판관비 절감으로 다 메우지는 못했다는 뜻인데, 코로나19 백신이나 대상포진 백신 같은 신규 파이프라인에 연구개발비를 계속 쏟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순이익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라는 점이에요. 순이익률이 2023년 마이너스 1.22%, 2024년 마이너스 2.54%, 2025년 마이너스 1.49%로, 적자 폭이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예요. 영업에서는 돈을 남기는데 순이익은 까먹는다는 건 영업 밖에서 돈이 새고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2024년엔 녹십자가 지분법으로 투자한 관계사 아티바의 주가가 상장 당시 대비 6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지분법손실이 크게 발생했고, 2025년에는 자회사 녹십자웰빙을 녹십자홀딩스로 매각하면서 연결 실적에서 빠지는 효과와 독감백신 매출 인식 시점이 밀린 일회성 요인도 겹쳤어요. 그러니까 지금 녹십자의 적자는 본업이 못 벌어서라기보다 지분법 평가손실이나 자회사 재편 같은 영업외 변수 탓이 크다고 보는 게 맞아요. 다만 이런 영업외 요인이 앞으로 또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도 짚어야 해요.
ROE (자기자본이익률)
ROE도 순이익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요. 2025년 ROE가 마이너스 2.13%, 2026년 1분기 기준 최근 열두달로는 마이너스 2.43%예요.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라, 순이익이 적자면 당연히 ROE도 마이너스가 돼요. 다만 녹십자는 부채비율이 113%까지 올라오면서 자기자본 대비 부채가 늘어난 상태라, 앞으로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 그만큼 ROE가 예전보다 더 빠르게 튀어 오를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봐둘 만해요. 자기자본이 얇아질수록 이익 변화가 ROE에 더 크게 증폭되어 전달되거든요.
3. 현금흐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요?
영업현금흐름 · FCF
장부상 이익과 통장에 실제로 들어오는 현금은 달라요. 녹십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마이너스 535억원에서 2025년 99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어요. 순이익은 여전히 적자인데 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순이익을 갉아먹은 지분법손실 같은 항목은 실제 현금이 나간 게 아니라 장부상 평가손실이라, 현금 흐름표에서는 그 영향이 빠지기 때문이에요.
잉여현금흐름, 그러니까 영업에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를 뺀 몫도 2024년 매출 대비 마이너스 5.1%에서 2025년 플러스 1.46%로 돌아섰어요. 다만 이 흐름이 안정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2020년 마이너스 101.16%, 2021년 플러스 107.69%처럼 해마다 크게 출렁여왔거든요. 그만큼 설비투자 규모가 해에 따라 들쭉날쭉했다는 뜻이에요. 지금 녹십자는 충북 오창에 혈액제제와 백신 생산시설을 한데 모으는 통합생산시설을 짓고 있어서, 이 투자가 끝날 때까지는 잉여현금흐름이 계속 출렁일 가능성이 있어요.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이 있어야 배당도 주고, 오창 공장 같은 대규모 투자도 감당할 수 있어요. 다만 지금 녹십자는 영업에서 들어오는 현금보다 설비투자로 나가는 돈이 더 큰 국면이라, 그 차이를 회사채 같은 차입으로 메우고 있어요. 그래서 이 현금흐름은 지금 당장의 여유라기보다, 앞으로 오창 공장이 완공되고 알리글로 매출이 더 커졌을 때 얼마나 더 두툼해질 수 있느냐를 지켜봐야 하는 지점이에요.
4. 배당과 투자, 번 돈을 어디에 쓰나요?
녹십자의 자본배분은 배당 하나로 꽤 단순해요. 자사주 매입은 최근 몇 년 사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배당으로만 주주에게 돈을 돌려줬어요. 배당수익률로 흐름을 보면 2022년 1.32%였다가 2023년 1.17%, 2024년 0.82%로 낮아진 뒤 2025년 0.92%로 소폭 올라왔어요.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결 기준 3년 연속 순손실을 냈는데도 배당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해 벌어들인 이익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곳간에서 나눠주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오늘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0.92%예요.
이렇게 배당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오창 통합생산시설 같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지금 녹십자의 자본배분을 이해하는 핵심이에요. 재투자가 숙명인 제조업 특성상 투자를 줄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주주환원을 완전히 끊지도 않는 쪽을 택한 셈이에요. 다만 이 두 가지를 함께 감당할 만큼 현금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라서, 그 간극이 차입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다음 섹션에서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녹십자가 그리는 다음 성장 그림은 크게 세 갈래예요. 첫째는 알리글로예요. 2024년 미국에서 1억 600만달러어치가 팔렸는데, 2025년 목표는 1억 5,000만달러로 상향됐어요. 4분기 매출만 놓고 봐도 724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329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으니, 이 성장세가 계속되느냐가 앞으로 녹십자 실적의 방향을 가를 가장 큰 변수예요.
둘째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타바이러스 백신 한타박스예요.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인데, 최근 글로벌 감염병 이슈가 부각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파이프라인이에요. 셋째는 미국 법인 큐레보를 통해 개발 중인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인데, 지금 임상 2상 단계라 매출로 잡히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 이런 신규 파이프라인은 장기 옵션에 가깝고, 지금 실적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나 혈액제제와 백신이라는 기존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어요.
다음에 확인하면 좋을 것 3가지를 정리하면 이래요. 첫째,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이 2025년 목표치인 1억 5,000만달러를 실제로 채우는지. 둘째, 충북 오창 통합생산시설 투자가 언제 마무리되고 그 이후 부채비율이 실제로 꺾이는지. 셋째, 2024년 순손실의 큰 원인이었던 지분법손실 같은 영업외 변수가 앞으로도 반복되는지, 아니면 잦아드는지를 지켜보면 좋아요.
6. 조심해서 봐야 할 점은요?
가장 먼저 짚을 부분은 재무 부담이에요. 부채비율이 2024년 85.27%에서 2025년 113.09%로 한 해 만에 크게 뛰었는데, 최근 11년 평균(61.22%)과 비교하면 지금이 확실히 높은 구간이에요. 자기자본보다 빚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고, 오창 공장 같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차입으로 메우고 있는 게 배경이에요. 유동비율도 2025년 119.6%로, 1년 안에 갚을 빚 대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여유가 예전보다 줄어든 상태예요.
두 번째는 실적의 변동성이에요. 최근 11년간 영업이익률이 낮게는 1.91%, 높게는 8.75%까지 오르내렸는데, 이 폭(6.84%포인트)이 꽤 커요. 백신은 계절적 수요와 공급 일정에 따라, 혈액제제는 원료인 혈장 가격에 따라 마진이 흔들리는 사업 구조라, 실적이 매끄럽게 우상향하기보다 굴곡을 그리며 움직여왔다는 걸 보여줘요.
세 번째는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예요. 최근 1년 기준 재고자산이 전년 대비 19.42% 늘었고 매출채권도 4.19% 늘었어요. 매출이 늘면 재고와 매출채권이 함께 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재고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보다 더 가파르다면 판매보다 생산이나 재고 확보가 앞서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짚자면, 지금 녹십자의 순손실이 영업외 요인 때문이라는 설명은 맞지만, 그 영업외 요인 자체가 매년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에요. 2024년엔 지분법손실, 2025년엔 자회사 매각과 매출 인식 이연이었죠. 이런 일회성 요인이 계속 등장한다면, 결국 순이익 흑자 전환 시점은 계속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해요.
7. 녹십자 주가, 지금 비싼 걸까요?
2026년 8월 7일 종가 기준으로 녹십자 주가는 129,900원이고, 시가총액은 1조 5,181억원이에요.
PER은 보통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원금을 뽑는 데 몇 해가 걸리는지 보여주는 잣대인데, 녹십자는 최근 순이익이 적자다 보니 PER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이럴 때는 매출과 시가총액을 견주는 PSR을 대신 보는 게 더 뜻이 통해요. 오늘 종가 기준 녹십자의 PSR은 0.75배예요. 시가총액이 최근 1년 매출의 0.75배 수준이라는 뜻인데, 매출 자체는 알리글로 덕에 꾸준히 늘고 있으니 이 몸값에는 순이익 적자보다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좀 더 실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참고로 자산 대비로 보는 PBR은 1.16배예요. 장부상 순자산보다 시장이 조금 더 쳐주고 있다는 뜻이에요. 결국 지금 녹십자의 몸값은 당장의 순이익보다는,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 확대와 오창 공장 투자가 마무리된 이후의 이익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는 값이라고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해요. 그 기대가 맞는지는 5번에서 짚은 확인거리들이 답해줄 재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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