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
짓고 나면 사라지는 매출을 새 수주로 채우는 회사
by ReadingStock's Analyst
- 삼성E&A는 계열사 공장 발주가 잠시 비어버린 자리를, 화공 플랜트와 New Energy 신규 수주로 채워가는 회사예요.
- 2025년 매출은 9조 288억원으로 3년째 줄었지만 순이익은 6,483억원으로 오히려 늘었어요.
- 2026년 1분기에만 신규수주 4조6000억원을 확보해 연간 목표 12조원의 40%를 조기에 채웠어요.
- 다만 첨단산업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38.2% 급감한 데서 보듯, 소수 계열사와 해외 국영 발주처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예요.
- 오늘 종가 기준 PER은 14.76배로, 2025년 결산 시점의 7.27배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가 값에 실리기 시작한 걸로 보여요.
1. 삼성E&A,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주유소에서 넣는 휘발유는 정유공장에서 나와요. 그 정유공장이나 석유화학 공장을 설계하고, 필요한 설비를 사들이고, 직접 지어서 통째로 넘겨주는 회사가 삼성E&A예요. 삼성전자가 새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설계부터 시공까지 삼성E&A가 맡아요.
이런 방식을 EPC라고 불러요. 설계, 조달, 시공을 한 회사가 다 맡는다는 뜻이에요. 삼성E&A의 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요. 정유, 가스,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화공,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계열사의 반도체와 바이오 공장을 지어주는 첨단산업, 그리고 LNG와 암모니아, 수처리 설비를 짓는 New Energy예요.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화공에서 나오고, 나머지를 첨단산업과 New Energy가 나눠 갖고 있어요.
돈을 주는 쪽도 우리가 흔히 아는 소비자가 아니에요. 화공 쪽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같은 나라의 국영 에너지회사가 발주처고, 첨단산업 쪽은 삼성전자 같은 계열사예요. 그래서 삼성E&A의 실적은 이 발주처들이 언제 얼마나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느냐에 크게 좌우돼요.
여기서 EPC 사업의 특징 하나를 짚고 가야 해요. 공장을 다 지어서 넘기면 그 공사에서 나오던 매출은 그 순간 끝나요.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준공하고 나면 그 현장의 매출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그래서 삼성E&A는 늘 다음 공사를 새로 따내야 지금 매출을 지킬 수 있어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삼성E&A는 짓고 나면 사라지는 매출을 새 수주로 계속 채워야 하는 회사예요. 최근 몇 해 숫자에 이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요.
2. 실적, 그래서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
매출 · 영업이익
2023년 매출이 10조 6,249억원이었는데 2024년 9조 9,666억원, 2025년 9조 288억원으로 3년째 줄고 있어요. 그런데 순이익은 같은 기간 6,956억원, 6,387억원, 6,483억원으로 2025년에 오히려 반등했어요. 매출은 줄었는데 순이익은 버틴 셈이에요.
이 엇갈림은 1번에서 본 사업 구조 때문이에요. 2025년 화공 매출은 늘었는데, 삼성전자 등 계열사 공장을 지어주는 첨단산업 매출이 전년보다 38.2% 급감했어요. 반도체 공장 하나를 다 지어서 넘긴 자리가 다음 발주로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거예요. 화공이 그 공백을 메워주고는 있지만 아직 완전히는 아니에요.
매출총이익률 · 영업이익률 · 순이익률
영업이익은 2023년 9,931억원에서 2025년 7,921억원으로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어요. 영업이익률로 보면 9.35%에서 8.77%로 내려왔고요. 매출총이익률도 2024년 15.14%에서 2025년 14.77%로 살짝 낮아졌어요.
그런데 순이익률은 2023년 6.55%, 2024년 6.41%였다가 2025년 7.18%로 오히려 올라갔어요. 영업이익률은 내려가는데 순이익률은 올라가는, 얼핏 이상해 보이는 그림이에요. 이럴 땐 영업이익 아래 단계에서 뭔가가 보탰다고 봐야 해요. 대형 해외 현장이 준공 단계에 들어가면 그동안 보수적으로 잡아뒀던 원가를 실제 값으로 정산하면서 이익이 한꺼번에 인식되는 경우가 있고,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공사를 벌이는 회사라 환율이 유리하게 움직이면 영업외이익으로 순이익에 바로 반영되기도 해요. 매출총이익률이 여전히 15% 안팎을 지키고 있는 것도, 원가 관리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는 뜻이고요.
ROE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2022년 23.1%에서 2023년 21.09%, 2024년 16.39%, 2025년 14.58%로 꾸준히 내려왔어요. 이익 자체가 크게 무너진 건 아닌데 ROE만 계속 낮아진 건, 그동안 벌어들인 이익이 쌓이면서 자기자본이 두꺼워졌기 때문이에요. 같은 이익이라도 나눠주는 분모인 자기자본이 커지면 비율은 낮아지거든요.
여기에 부채비율이 2023년 136.53%에서 2025년 125.8%로 내려온 것도 한몫해요. 빚을 상대적으로 덜 쓰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뜻인데, 빚을 덜 쓰면 이익이 늘어도 ROE가 크게 튀어 오르지 않고, 반대로 이익이 줄어도 크게 꺼지지 않아요. 지금 삼성E&A의 ROE는 업황보다는 이 두꺼워진 자기자본 위에서 완만하게 움직이는 중이라고 보면 돼요.
3. 현금흐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요?
영업현금흐름 · FCF
2024년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은 1조 6,358억원이었는데, 2025년에는 2,544억원으로 크게 줄었어요. 이익은 6천억원대를 지켰는데 현금은 그만큼 못 들어온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매출채권이 오히려 16.74% 줄었으니 돈을 못 걷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대신 대형 프로젝트가 준공 국면에 들어가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미리 받던 선수금 유입이 줄어드는 시기와 맞물려요. 장부상 이익은 준공 시점에 크게 인식되지만 현금은 공사가 진행 중일 때 선수금 형태로 먼저 들어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익과 현금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서로 어긋나는 거예요.
이 현금이 삼성E&A에서 하는 역할은 뚜렷해요. 유동비율이 145.65%로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 당장 갚아야 할 돈보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훨씬 많아요. 이런 여유가 있어야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여러 개 동시에 굴리다가 한 곳에서 현금 유입이 주춤해도 버틸 수 있고, 최근 시작한 배당 같은 주주환원도 이 여유 위에서 가능해진 거예요.
4. 배당과 투자, 번 돈을 어디에 쓰나요?
삼성E&A는 공장을 대신 지어주는 회사라 자기 소유 설비에 돈을 크게 쓰지 않아요. 큰 공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설계 인력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자산인 사업이라 그래요. 그래서 벌어들인 현금은 대부분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운전자금이나 주주환원 쪽으로 흘러가요.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게 배당이에요. 2024년까지는 배당으로 나간 돈이 2억원 수준으로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2025년에는 1,294억원을 지급했어요. 시가배당률로 3.28%예요. 자사주 매입은 아직 하지 않고 있고요.
정리하면 삼성E&A는 번 돈을 새 설비를 짓는 데 묻어두기보다, 쌓아온 재무 여유를 바탕으로 이제 막 주주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회사예요. 순이익 6,483억원 중 1,294억원을 배당으로 썼으니 아직 이익 대비로 여유는 남아 있는 편이에요. 2013~2015년 해외 저가 수주로 큰 손실을 낸 뒤 한동안 곳간을 채우는 데 집중했던 회사인 걸 생각하면, 지금의 배당은 그 시기를 지나 재무가 안정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요.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삼성E&A는 2026년 목표로 수주 12조원,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8000억원을 제시했어요. 1분기에만 신규수주 4조6000억원을 확보해서 벌써 연간 목표의 40%를 채웠고요. 하반기에는 사우디의 SAN-6 블루암모니아 플랜트(35억달러), 카타르 요소 플랜트(25억달러), 멕시코 메탄올 플랜트(20억달러) 같은 대형 해외 프로젝트가 파이프라인에 있고, 미국 와바시밸리리소스와는 저탄소 암모니아 프로젝트로 6800억원 규모 계약을 이미 체결했어요.
이 흐름의 중심에 New Energy 사업이 있어요. 메탄올, 저탄소 암모니아, 친환경 항공유, LNG 같은 탈탄소 관련 설비인데, 매출이익률이 16.2%로 다른 사업부보다 높아요. 지금은 전체 매출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이 비중이 커질수록 회사 전체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어요.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17.8조원이고, 증권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신규수주가 매년 16조원 안팎으로 이어지며 수주잔고가 30조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다음에 확인하면 좋을 것 3가지예요. 첫째, 파이프라인에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지는지예요. 둘째, 첨단산업 부문에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새 투자 발표가 나와 그동안 비어 있던 매출이 다시 채워지는지예요. 셋째, New Energy 매출 비중이 실제로 늘어나면서 전체 마진에도 반영되는지예요.
6. 조심해서 봐야 할 점은요?
삼성E&A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최근 11년 영업이익률이 최고 9.75%에서 최저 마이너스 22.58%까지, 32.33퍼센트포인트나 벌어진 이력이 있어요.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해외 화공플랜트를 저가로 수주했다가 원가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2015년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22.6%, 순이익률 마이너스 20.3%라는 큰 손실을 낸 게 그 배경이에요. 지금은 원가 관리와 수주 심사가 훨씬 보수적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여러 건 동시에 굴리는 사업 구조 자체는 그대로예요.
두 번째는 첨단산업 부문이 삼성전자 등 소수 계열사의 투자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에요. 2025년 이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38.2% 급감한 것처럼, 계열사가 공장 투자를 잠시 늦추면 삼성E&A의 매출도 바로 줄어들어요. 세 번째는 화공 부문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동, 중남미의 국영 에너지회사 발주에 의존한다는 점이에요. 유가나 그 나라의 재정 상황이 흔들리면 발주 시점이 밀리거나 계약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요.
7. 삼성E&A 주가, 지금 비싼 걸까요?
PER 추이 (최근 3년)
PER은 지금 주가가 그 회사의 연간 순이익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숫자예요. 순이익을 그대로 쌓아서 지금 주가만큼 원금을 뽑는 데 몇 해가 걸리는지로 봐도 돼요.
2026년 8월 12일 종가 49,300원 기준으로 삼성E&A의 시가총액은 9조 6,628억원이고, PER은 14.76배예요. 2025년 결산 시점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PER이 7.27배였으니, 그때보다 지금 주가가 이익 대비로 두 배쯤 높게 거래되고 있는 셈이에요. PBR도 2025년 결산 기준 1.06배에서 지금은 2.14배로 올라왔고요.
이렇게 배수가 크게 뛴 건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영향이에요. 앞서 본 것처럼 수주잔고가 쌓이고 New Energy 비중이 커지는 흐름에 대한 기대가 값에 실리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다만 삼성E&A는 대형 프로젝트 하나의 준공 시점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회사라, 지금 배수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5번에서 짚은 수주와 실적이 실제로 따라오는지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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