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암의 흔적을 먼저 찾아내는 눈을 파는 회사
- 루닛은 엑스레이와 조직 슬라이드에서 암의 흔적을 먼저 찾아내는 의료영상 AI 회사예요.
- 2025년 매출은 831억원으로 3년 전 139억원에서 여섯 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831억원이라 매출과 같은 금액을 잃었어요.
- 영업활동에서 552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고 유동비율이 26.21%까지 내려와 자금 여력이 눈에 띄게 얇아졌어요.
- 볼파라 인수 이후 부채비율이 169.16%로 올라선 점이 지금 이 회사에서 가장 무겁게 봐야 할 대목이에요.
- 이익이 없어 PER은 의미가 없고, 시가총액 6,887억원과 매출 831억원의 간격에 앞으로의 확장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어요.
1. 루닛,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사진을 들여다보며 이상한 부분을 찾아요. 하루에 수백 장을 보다 보면 아주 작은 그림자는 놓칠 수도 있어요. 루닛은 그 자리에 AI를 놓는 회사예요.
주력 제품이 둘이에요. 하나는 루닛 인사이트예요.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 영상에서 암이 의심되는 부위를 표시해줘요. 의사가 보기 전에 AI가 먼저 훑어 표시를 남기니, 놓칠 확률이 줄어들죠. 다른 하나는 루닛 스코프예요. 이건 성격이 조금 달라요. 암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면역세포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읽어내고, 그걸로 어떤 항암제가 잘 들을지를 가늠하도록 도와줘요. 앞의 제품이 찾는 일이라면 뒤의 제품은 고르는 일이에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어요. 루닛은 뉴질랜드의 유방검진 소프트웨어 기업 볼파라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어요. 이 인수가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AI를 만들었다고 병원이 곧바로 사주지는 않아요. 이미 병원 검진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회사를 통째로 사면, 그 통로로 자기 AI를 태워 보낼 수 있어요. 실제로 루닛의 매출은 해외에서 대부분이 나와요.
한마디로 루닛은 암을 먼저 찾아내는 눈을 만들어 파는 회사예요. 다만 그 눈을 세계 곳곳의 병원에 들여놓는 일에 지금 매출만큼의 돈을 쓰고 있어요.
2. 그래서,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
매출 · 영업이익
2025년 루닛의 매출은 831억원이었어요. 2022년 139억원에서 251억원, 542억원을 거쳐 여기까지 왔으니 3년 만에 여섯 배 가까이 커진 셈이에요. 의료 소프트웨어에서 이 정도 성장 속도는 드물어요. 그런데 같은 해 영업손실이 831억원이에요. 번 돈과 잃은 돈이 거의 같아요. 순손실은 474억원이었어요.
매출총이익률 · 영업이익률 · 순이익률
마진으로 옮기면 상태가 더 분명해져요. 2025년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99.97%예요. 만원어치를 팔 때마다 그만큼을 더 썼다는 뜻이죠. 다만 방향은 개선되는 쪽이에요. 지난 4년 평균이 마이너스 219%였으니, 매출이 커지면서 손실률 자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요.
왜 이렇게 큰 손실이 날까요. 세 가지가 겹쳐 있어요. 첫째는 AI 개발과 인허가예요. 의료 AI는 만들었다고 팔 수 있는 게 아니라 나라마다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임상 데이터를 모아 성능을 증명해야 해요. 이 비용은 매출이 나기 훨씬 전에 들어가요. 둘째는 글로벌 영업 조직이에요.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각국에 사람을 두고 병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 인건비는 계약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나가요. 셋째는 인수 이후의 통합 비용이에요. 서로 다른 두 회사의 제품과 조직을 합치는 동안에는 비용이 먼저 늘고 효과는 나중에 나타나요.
순이익률이 마이너스 57.01%로 영업이익률보다 오히려 나은 점도 눈에 띄어요. 영업 밖에서 손실을 줄여준 요인이 있었다는 뜻인데, 본업의 적자 폭과는 별개로 봐야 할 부분이에요. 참고로 매출총이익률은 공시에서 확인되는 해가 한 해뿐이라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어요.
ROE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2025년 마이너스 34.48%예요. 손실이 자기자본을 그만큼 깎았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숫자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예요. 손실이 이어지면 자기자본이 얇아지고, 자본이 얇아지면 같은 손실도 ROE를 더 크게 끌어내려요. 그래서 이 회사의 ROE는 지금 수치보다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속도를 함께 봐야 의미가 있어요.
3.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은요?
영업현금흐름 · FCF
적자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손실이 아니라 현금이에요. 루닛은 2025년 영업활동으로 552억원이 빠져나갔어요. 순손실 474억원보다 더 많은 현금이 실제로 통장에서 나간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루닛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봐야 할 숫자가 나와요. 유동비율이 26.21%예요.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에 비해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4분의 1 남짓밖에 안 된다는 뜻이에요.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고, 루닛의 지난 4년 평균이 855%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변화가 얼마나 급격했는지 알 수 있어요.
부채비율도 같은 방향이에요. 2025년 169.16%로, 4년 평균 72.94%의 두 배를 넘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어요. 볼파라를 인수하면서 들어간 자금이 부채로 잡히고, 그중 상당 부분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항목으로 분류되면 이런 조합이 만들어져요. 회사 대표도 이 인수가 재무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에 대해 3~5년 뒤에는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요.
그래서 지금 루닛의 현금 상태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쪽이에요. 매출은 빠르게 늘고 손실률은 줄고 있지만, 그 속도가 현금이 마르는 속도보다 빨라야 해요. 루닛을 볼 때 분기마다 확인해야 하는 건 매출 성장률이 아니라 영업활동 현금 유출이 줄어드는지, 그리고 유동비율이 회복되는지예요.
4. 번 돈을 어디에 쓰나요?
루닛은 배당을 하지 않아요. 이익이 없으니 당연한 선택이고, 지금 단계에서 배당을 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에요. 그래서 배당 대신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봐야 해요.
돈은 세 곳으로 갑니다. 첫째는 연구개발이에요. 의료 AI는 한번 만들면 끝이 아니라 성능을 계속 올려야 하고, 새로운 암종이나 새로운 영상 장비에 맞춰 확장해야 해요. 둘째는 인허가와 임상이에요. 나라마다 규제기관을 통과해야 팔 수 있으니, 진출하려는 시장 수만큼 비용이 늘어요. 셋째는 인수한 자회사의 통합이에요.
이 씀씀이에서 드러나는 성격은 분명해요. 지금 이익을 만드는 대신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먼저 잡겠다는 쪽이에요. 의료 AI는 병원 시스템에 한번 들어가면 쉽게 바뀌지 않아요. 의사들이 그 화면에 익숙해지고 진료 흐름이 그 위에 맞춰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초기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나중의 이익을 결정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요.
다만 이 계산에는 조건이 붙어요. 자리를 잡을 때까지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3번에서 본 유동비율이 그 조건을 압박하고 있어요. 지금 루닛의 자본배분은 공격적인 확장과 얇아진 재무 여력이 맞부딪히는 지점에 서 있어요.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루닛이 제시한 방향은 두 갈래예요. 하나는 판매 통로를 넓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손실을 줄이는 것이에요.
통로 쪽에서는 루닛 인사이트를 2026년까지 파트너사 제품에 30% 이상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의료 AI를 병원에 직접 파는 대신 이미 병원에 들어가 있는 영상장비나 소프트웨어에 얹어 보내는 방식이에요. 자기 영업조직만으로 병원을 하나씩 설득하는 것보다 빠르게 퍼질 수 있어요. 자회사 볼파라도 같은 논리로 움직여요.
성장의 결도 바뀌고 있어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2% 급증했어요. 이쪽은 제약사가 항암제 개발에 쓰는 영역이라 병원 영업과는 고객이 다르고 계약 단위도 커요.
손실 쪽에서도 신호가 있어요. 3분기 누적 영업손실률이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개선됐고, 회사는 연말 현금영업이익 기준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어요. 다만 이건 목표이고, 현금영업이익은 감가상각 같은 항목을 빼고 계산하는 값이라 회계상 흑자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다음에 확인하면 좋을 것 세 가지예요. 첫째, 유동비율이에요. 지금 루닛에서 가장 시급한 숫자이고, 자금 조달이나 부채 만기 구조 변경이 있으면 여기서 먼저 드러나요. 둘째, 영업활동 현금 유출의 축소 속도예요. 셋째, 파트너사 탑재 비중이에요. 목표대로 진행되면 영업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져요.
6. 조심해서 봐야 할 점은요?
첫 번째는 단기 자금 여력이에요. 유동비율 26.21%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에 비해 당장 현금화할 자산이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매년 수백억원의 현금이 영업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이 상태가 길어지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해지고, 그때는 기존 주주의 몫이 묶어질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이에요. 부채비율이 4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어요. 볼파라 인수는 판매 통로를 사들인 전략적 선택이지만, 그 대가로 재무 여유를 내준 셈이에요. 인수 효과가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부채 부담을 견디는 속도보다 느리면 문제가 됩니다.
세 번째는 성장과 손실이 함께 커져온 이력이에요. 매출이 139억원에서 831억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영업손실도 507억원에서 831억원으로 커졌어요. 최근에는 손실률이 줄고 있지만, 루닛에서 성장은 아직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네 번째는 규제와 수가예요. 의료 AI는 인허가를 받아도 병원이 실제로 돈을 내고 쓰려면 보험 수가나 병원 예산에 자리가 있어야 해요. 이 부분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7. 지금 주가, 비싼 걸까요?
루닛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 PER로는 값을 잴 수 없어요. 이익이 마이너스면 PER 자체가 의미를 잃거든요. 그래서 다른 잣대를 봐야 해요.
먼저 몸값과 매출을 나란히 놓아볼게요. 2026년 7월 31일 종가 9,250원 기준으로 루닛의 시가총액은 6,887억원이고, 2025년 매출은 831억원이었어요. 한 해 벌어들인 매출보다 훨씬 큰 값루닛에 붙어 있는 셈이에요.
순자산과 비교한 PBR은 오늘 종가 기준 5.52배예요. 2025년 결산 기준으로는 10.44배였어요.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빚을 뺀 몫보다 다섯 배 넘는 값이 매겨져 있다는 뜻인데, 손실로 자기자본이 계속 깎이는 회사에서는 이 배수가 자연히 높게 나와요.
그럼 이 값에는 무엇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을까요. 지금의 매출이 아니라, 의료 AI가 병원의 표준 도구가 될 때 루닛이 차지할 위치예요. 한번 진료 흐름에 들어가면 잘 바뀌지 않는 시장이라 초기 점유가 장기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죠. 다만 그 그림이 실현되려면 5번과 6번에서 짚은 조건이 먼저 해결돼야 해요. 특히 자금 여력이 버텨주는지가 이 기대의 전제입니다.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유동비율과 현금 유출 속도를 지켜보면서 판단할 문제예요.
본 글은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참고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결정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데이터 기준: 2025 FY + 2026 1Q T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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