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
로켓을 만들지 않고 로켓의 재료를 구해다 주는 회사
by ReadingStock's Analyst
- 스피어는 로켓을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로켓과 위성에 들어가는 니켈계 특수합금의 조달부터 품질, 납기까지 공급망 전체를 관리해주는 회사예요.
- 2024년 26억원이던 매출이 2025년 956억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도 91억원(영업이익률 9.47%)으로 처음 흑자권에 들어섰어요.
- 2026년 1분기 순이익 397억8500만원은 영업이익 7억1100만원이 아니라 금융수익 654억4497만원에서 대부분 나온 값이라, 겉보기 순이익률 30.95%는 그대로 믿기 어려운 숫자예요.
-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지분을 2억4000만달러에 사들이면서 부채비율이 최근 분기 399.35%까지, 유동비율은 27.25%까지 나빠져 있어요.
- 오늘 종가 기준 PER 32.23배, PBR 11.58배, PSR 9.98배에는 지금 이익보다 스페이스X와 맺은 장기계약과 니켈 공급망이 앞으로 얼마나 매출로 현실화될지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어요.
1. 스피어,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로켓 엔진이나 발사체 구조물에는 아무 금속이나 못 들어가요. 극한의 온도와 압력을 버텨야 해서 니켈을 기반으로 한 특수합금, 이른바 슈퍼합금 같은 고사양 소재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소재는 아무 업체나 만들거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스피어는 이 소재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라, 필요한 소재의 규격을 정의하는 단계부터 전 세계 벤더망을 뒤져 조달하고, 가공 공정을 관리하고, 품질과 납기를 맞추고, 물류까지 챙기는 일을 통째로 맡아주는 회사예요. 우주항공 소재 공급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할, 말하자면 로켓을 만드는 회사들의 재료 창고이자 물류회사인 셈이에요.
이 사업이 스피어의 얼굴이 된 지는 사실 얼마 안 됐어요. 원래 스피어는 2012년에 세워진 디지털헬스케어 기술특례상장사 라이프시맨틱스였어요. 창업자가 경영난 끝에 2024년 경영권을 우주항공 소재 전문기업 스피어코리아에 넘겼고, 2025년 3월 합병을 거쳐 사명을 스피어코퍼레이션으로 바꾸면서 주력 사업 자체가 통째로 바뀌었어요. 예전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지금 회계상 중단영업으로 정리되는 중이고요. 그래서 2025년 이전의 숫자와 지금의 숫자는 사실상 다른 회사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해요.
돈은 어디서 버냐면, 스피어는 2023년 스페이스X의 1차 벤더 코드를 확보했고 2025년 7월부터 니켈과 고성능 특수합금을 스페이스X에 공급하는 10년짜리 장기계약을 맺었어요. 발사체용 특수합금을 공급하는 전 세계 5대 1차 공급업체 중 하나이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이 지위를 가진 회사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스피어를 한마디로 말하면, 로켓을 만들지 않고 로켓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금속의 흐름을 설계하고 붙잡아둔 회사라고 할 수 있어요.
매출 · 영업이익
2. 실적, 그래서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
앞서 말했듯 스피어는 몇 년 전까지 완전히 다른 회사였어서, 그때의 적자 숫자는 지금 사업과 큰 관련이 없어요. 진짜 봐야 할 건 2025년부터예요. 2024년 26억원이던 매출이 2025년엔 956억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도 91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률 9.47%로 처음 흑자권에 들어섰어요. 만원어치를 팔면 원가를 떼고 1,760원이 남고, 거기서 판매관리비까지 떼면 950원이 영업이익으로 남는다는 뜻이에요.
매출총이익률 · 영업이익률 · 순이익률
그런데 순이익률로 내려가면 0.18%로 뚝 떨어져요. 영업이익 950원 중에서 순이익으로는 18원 남짓만 남는다는 거죠. 이 낙차는 대부분 이자비용 같은 금융비용이 갉아먹은 몫이에요. 아직 갚아야 할 빚 부담이 커서, 애써 낸 영업이익이 이자 앞에서 대부분 사라지는 구조인 거예요.
2026년 1분기로 오면 이야기가 한 번 더 꼬여요. 매출은 450억6900만원까지 늘어서 1년 전보다 106.24% 성장했는데, 영업이익은 오히려 7억1100만원으로 83.51% 줄었어요. 매출은 두 배 넘게 크는데 영업이익은 쪼그라들었다는 건, 이번 분기 수주 중 상대적으로 마진이 얇은 계약 비중이 컸거나 판관비가 매출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갔다는 신호예요. 그런데 정작 순이익은 397억8500만원으로 1142.89% 급증했어요. 이 순이익의 정체는 영업이 아니라 금융손익이에요. 이 분기 금융수익이 654억4497만원 잡히고 금융비용 242억5244만원을 뺀 순금융이익만 412억원 가까이 됐거든요. 영업으로 번 돈의 몇십 배에 달하는 금액이 재무활동에서 한 번에 잡힌 셈이에요.
ROE (자기자본이익률)
그래서 최근 네 분기를 합산한 순이익률 30.95%, 자기자본이익률(ROE) 35.94% 같은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돼요. 이건 이번 분기의 대형 금융손익 하나가 낀 착시에 가까워요. 스피어의 자기자본이 아직 두껍지 않다 보니, 이런 일회성 이익 하나만으로도 ROE가 확 튀어 오르는 거예요. 반대로 자기자본이 두꺼운 회사라면 같은 이익이 나도 ROE는 이렇게까지 흔들리지 않았을 거고요. 특수합금 공급망 사업 자체가 지금 이 정도로 남는 장사라는 뜻이 아니라, 실제 사업의 힘을 보려면 최근 네 분기 영업이익률(4.59%)을 봐야 해요. 매출은 폭발적으로 크는데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한 자릿수 초반까지 눌린 국면이라, 앞으로 수주가 쌓이면서 영업 레버리지가 걸려 이 숫자가 따라 올라가는지가 눈여겨볼 지점이에요.
3. 현금흐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요?
장부에 찍힌 이익과 통장에 실제로 들어오는 현금은 다른 이야기예요. 스피어는 2025년에 영업이익이 91억원 났는데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OCF)은 매출 대비 마이너스 15.34%로 오히려 마이너스였어요. 최근 분기 기준으로는 이 폭이 마이너스 48.25%까지 더 벌어졌고요. 장부상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데, 실제 현금은 오히려 더 빠져나가는 모양새인 거예요.
영업현금흐름 · FCF
이런 괴리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매출채권이에요. 매출이 급팽창하면서 아직 회수하지 못한 외상값이 1년 새 백 배 넘게 불어났거든요. 물건은 넘겼는데 대금은 아직 안 들어온 돈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에요. 여기에 니켈 원료를 미리 사두고 생산·물류를 맞추는 과정까지 겹치면서, 설비투자와 운전자금까지 뺀 진짜 남는 현금인 FCF도 2025년 기준 매출 대비 마이너스 51.48% 수준으로 크게 마이너스였어요.
이렇게 현금이 먼저 빠져나가는 시기에는 회사가 쓸 수 있는 실탄이 자체 창출 현금이 아니라 외부 조달에 의존하게 돼요. 스피어가 지금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지분 인수 같은 큰 결정을 하면서 무역금융을 따로 끌어다 쓴 것도 이런 맥락이고요. 통장 현금이 두둑해야 불황도 버티고 재투자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데, 지금 스피어는 그 현금 체력을 아직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는 셈이에요.
4. 배당과 투자, 번 돈을 어디에 쓰나요?
스피어는 지금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예요. 벌어들인 현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대신 전부 사업 자체를 키우는 데 쓰고 있다는 뜻인데, 최근 큰돈을 쓴 곳을 보면 스피어가 지금 자본을 어떻게 다루는지 뚜렷하게 보여요.
스피어가 최근 쓴 돈은 크게 두 갈래예요. 하나는 2025년 3월 스피어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 자체를 우주항공 특수합금으로 완전히 바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료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고 인도네시아의 ENC 니켈제련소 지분 10%를 2억4000만달러에 사들인 거예요. 이 투자를 뒷받침하려고 약 34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도 별도로 확보했고요. 배당이나 자사주로 주주 몫을 챙겨주기보다, 사업의 판 자체를 새로 까는 데 화력을 집중한 거죠.
이건 잘못됐다기보다 스피어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예요. 앞서 본 것처럼 자체 창출 현금은 아직 마이너스라, 이런 재투자는 스스로 번 돈이 아니라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어요. 사업의 기초 체력을 아직 만들어가는 시기라, 배당보다 재투자를 택하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인 셈이에요.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스피어가 그리는 큰 그림은 뉴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흐름 위에 있어요. 스페이스X와 맺은 10년 장기계약은 2035년 말까지고 스페이스X가 원하면 최대 3년 더 연장할 수 있는데, 수요예측 기준으로 추정한 계약 규모가 약 1조5440억원에 달해요. 지금 매출(956억원)과 비교하면 훨씬 큰 숫자지만, 어디까지나 수요예측에 따른 추정치이지 확정된 매출은 아니라는 점은 짚어야 해요.
실제 수주 흐름도 이어지고 있어요. 2026년 들어 6월 10일까지 특수합금 공급계약 7건, 누적 1조3247억5600만원을 공시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0.4% 늘어난 규모예요. 3월엔 단 한 건의 계약 금액이 그 시점 매출액의 1097.67%, 즉 매출액의 11배에 달할 정도로 큰 수주도 있었고요. 여기에 더해 우주항공 외에 태양광·배터리용 니켈합금 공급망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요.
다음에 확인하면 좋을 것 세 가지를 꼽아볼게요. 첫째, 스페이스X의 실제 발사 스케줄과 추가 계약이 얼마나 매출로 현실화되는지예요. 둘째,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투자가 일단락된 다음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같은 재무 지표가 다시 안정을 찾는지예요. 셋째, 매출이 계속 커지는 만큼 영업이익률도 함께 따라 올라오는지, 아니면 계속 얇은 채로 남는지예요.
6. 조심해서 봐야 할 점은요?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고객 쏠림이에요. 스피어의 매출은 사실상 스페이스X 한 곳에 공급하는 특수합금 계약에 크게 기대고 있어요. 특정 고객사와의 계약조건 변경이나 발사 일정 변화가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에요.
두 번째는 앞서 본 재무 지표의 급변이에요. 부채비율은 2025년 말 50%까지 낮아졌다가 최근 분기엔 399.35%로 다시 튀어 올랐고, 단기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245.28%에서 27.25%로 급격히 떨어졌어요.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지분 인수 같은 대형 투자를 자체 현금만으로 못 감당해 차입을 끌어다 쓴 영향으로 보이는데, 27.25%라는 유동비율은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에 비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크게 모자란다는 뜻이라 가볍게 넘길 수치는 아니에요.
세 번째는 2번에서 본 순이익 착시예요. 2026년 1분기 순이익 397억8500만원 중 영업에서 나온 몫은 7억1100만원뿐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금융수익 654억4497만원에서 금융비용 242억5244만원을 뺀 일회성 성격이 짙은 금융손익이었어요. 이 분기엔 옛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하는 중단영업손익도 마이너스 19억4092만원 잡혔고요. 화면에 찍히는 좋아 보이는 숫자 뒤에 이런 일회성 요인이 섞여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봐야 해요.
마지막으로, 특수합금의 핵심 원료인 니켈은 국제 시세 변동성이 큰 원자재라 인도네시아 제련소 지분 투자로 조달선을 다변화했다고 해도 원가 변동 리스크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7. 스피어 주가, 지금 비싼 걸까요?
PER, 주가수익비율은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지금의 시가총액을 회수하는 데 몇 년 걸리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예요. 그런데 스피어는 이 숫자가 유난히 출렁이는 회사예요. 2025년 결산 기준 PER은 무려 4447.81배까지 치솟았는데, 그해 순이익이 겨우 2억원으로 거의 0에 가까웠기 때문에 나온 숫자예요. 이익이 아주 작으면 분모가 작아지면서 PER이 비정상적으로 튀어 보이는 착시가 생기는 거죠.
최근 네 분기(2026년 1분기까지 TTM 기준)로 계산한 PER은 60.53배로 낮아졌는데, 이것도 앞서 본 일회성 금융이익이 분모(순이익)에 낀 상태라 그대로 믿긴 어려워요. 오늘(2026년 8월 7일) 종가 23,000원, 시가총액 1조1857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PER은 32.23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58배, 매출 대비 시가총액 배수인 PSR은 9.98배예요.
PER 추이 (최근 3년)
이 숫자들을 그대로 "싸다" "비싸다"로 줄 세우긴 어려워요. 다만 분명한 건, 지금 시장이 스피어에 매기는 몸값은 현재의 이익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거예요. 그 값에는 스페이스X와 맺은 장기계약과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이 앞으로 얼마나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 기대가 현실화되는 속도를 확인하려면, 앞서 5번에서 짚은 확인거리들을 계속 지켜보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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